어느 날, 문득 사육장을 바라보다가 멈춰 섰습니다.
한쪽 구석, 그 자리 그대로… 오늘도 멍하니 허공을 응시 중인 나의 크레스티드 게코.
그 조그만 머릿속엔 지금 무슨 생각이 떠오르고 있을까요?
게코와 눈을 맞추다 보면 자꾸만 깊은 상상의 나락에 빠지게 됩니다.
그래서 오늘은 한 번쯤 집사라면 떠올렸을 만한 가설들을 정리해 봤어요.

가설 1: 전생은 벨로시랩터?
나뭇가지 끝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저 눈빛…
혹시 자기를 쥐라기 공원의 주인공쯤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?
“여긴 내 구역이다… 감히 넘보지 마라, 인간.”
— by 게코사우르스 (상상의 인물)
만약 스필버그 감독이 이 모습을 봤다면, 공룡 대신 게코를 주연으로 캐스팅했을지도 모르죠.
그 정도로 눈빛엔 진지함이, 포즈엔 위엄이 가득합니다.
가설 2: 우주의 기원을 고민 중?
초점 없는 듯 초점 있는 눈으로 사육장의 어딘가를 지그시 바라볼 때,
이건 단순한 ‘멍 때리기’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.
어쩌면 지금, 크레는 자신만의 철학적 사유 속으로 깊이 빠져 있는 걸지도요.
- “나는 왜 이 사육장 안에 있는가?”
- “슈퍼푸드는 왜 항상 같은 맛이지?”
- “저 거대한 생명체는 왜 자꾸 나를 관찰하는 걸까… 집사인가?”
그 눈 속에 담긴 우주를 들여다보면,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됩니다.
말 없는 철학자, 그것이 바로 게코.
가설 3: 그냥… 아무 생각 없음
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가설.
네,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. 정말로요.
뇌의 전원을 살짝 내리고, 그저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지도요.
이따금 우리도 그렇잖아요. 아무 말도, 아무 생각도 없이 멍- 하게 있을 때가요.
게코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 거겠죠.
스트레스 없는 게코만의 명상법일지도 모릅니다.
우리는 알 수 없지만, 상상은 자유니까
게코가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마 평생 알 수 없을 겁니다.
하지만 이런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집사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닐까요?
그 조용한 순간을 바라보며 웃고, 질문하고, 공감하는 것.
이 작은 친구와 함께하는 일상이 참 고맙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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